지인이 지난 겨울에 들린 신라호텔에서 와인 테이스팅을 하고 온 후에 엄청 자랑하기도 했거니와
요 근래들어서야 와인에 관한 호기심이 부쩍 늘어난 터라 기회를 놓치지 않고 다녀왔다. 
 하필 우천이라 어쩔 수 없이 영빈관 내부에서 벌어지긴 했지만
 비오는 저녁이라 그런지 조용한 실내가 더 운치있게 보였다.



파리의 심판에 관한 일화는 검색해보면 쉽게 나올테니 간략하게 설명을 하자면
1976년 파리에서 열린 와인시음회에서 자존심이 하늘을 찌르던 프랑스산 와인의 콧대를
보도 듣도 못한 캘리포니아 와인이 납작하게 눌러버린 일화를 기념(?)하기 위해 두 와인을 비교 시음하는 자리이다.
(나중에 설명하겠지만 이 날 역시 그날의 재판의 결과가 나왔지요 ^^)



동선은 스파클링 -> 화이트 -> 레드 순으로 배치되어 있어 점점 무게감있는 테이스팅을 의도한 듯 했다.
우선 젤 첨에 들린 샴페인 존이다.

 


무수한 샴페인 잔 옆에는 언제든지 입을 헹궈서 맛을 보라고 생수가 놓여있어서 참 좋았다.

 

오오!! 고귀한 자태를 뽐내고 있는 스파클링 와인. 그러나 모에샹동 외엔 까막눈인 나;;

 

 

 

산미는 어느정도 상큼한표정... 후레쉬한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깔끔한 맛을 냈던 domaine saint michelle.

 

모엣 샹동은 260여 년의 전통을 가진 샴페인 브랜드로서 글로벌 명성을 이어오고 있으며,
포도 재배에서부터 포도주의 숙성까지 매 생산 단계마다 엄격한 관리를 통해 최고의 맛과 품질을 지켜오고 있다.
모엣 샹동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사랑 받는 샴페인 브랜드로서 100여개 국 이상으로 수출된다고 들었는데
드디어 호사를 누리게 되어서 참 좋았다.

 


슈램스버그도 있어서 맛을 볼 수 있었지만 모에 샹동에 눌려서 기억이 안 났다;;

 



그리고 두번 째 화이트 와인 존이다!!

개인적으로는 레드와인을 더 선호하는 터라 아주 극미량만 맛을 보고 바로 건너가긴 했지만.


브루고뉴 말고는 생소한 와인들 이었지만 눈 만큼은 제대로 호강했다.




맛을 대충 보는 둥 마는 둥 하고 바로 건너온 오늘의 하일라이트!! 레드와인존!!


까쇼부터 피노누아에 이르기까지 와인 입문자인 내 눈에도 친숙한 라벨이 많아서 참 좋았다.

레드와인은 한 모금씩 다 마셔보려고 했는데 필자의 주량이 워낙 약한지라 반쯤 마시고 핑~

도는 느낌이 들길래 야외에 나가서 잠깐 바람을 쐬고 왔다.



아니 저것은??


동심을 일깨워주는 버블쇼가 한창이었다!!!

안 그래도 버블쇼 보고 싶어하는 어른이었는데 정말 넋을 놓고 쳐다봤었다;;;


정말 봐도 봐도 참 영롱했다. 약간 알딸딸한 상태에서 봐서 그런지 더더욱 ;;

미래의 내 아이-_-에게도 보여주고 싶은 순간이었다.
 
(제발 그 때까지 매년 와이너리 패키지좀 해주세요!!!)




어두워진 정원의 모습은 그야말로 운치 넘쳤다!



이건 반대쪽에서 찍은 샷! 신라호텔이 왜 한국적인 현대미가 넘치는지 새삼 알게 해주었다.



슬슬 머리가 다시 깨어난 듯 하여 미뤄둔 테이스팅을 마져 행했다. ( 이 날 아니면 1년을 기다려야 할지 모른다고!!)

그 결과 내 입맛에 딱 맞는 마이 쵸이스 2 종을 고를 수 있었다.



너무 맛있어서 자세한 설명까지 부탁하면서 한 모금 더 시음을 했었다.
와이너리 주인치고 보기드물게 여성이라고 들었는데
(자매라고 했던 것 같은데 다시 취기가 올라서 기억이 가물가물 ㅠㅠ)
섬세하면서도 묵직한 맛이 참 일품이었다!!




사실 3가지 와인존 마다 사이드메뉴가 골고루 구비되어 있어서 참 좋았다.
 게다가 어느 것 하나 겹치지도 않고 퀄리티또한 참 좋았다.



3가지 존을 다 돌면 당신의 선택을 묻는 코너가 있었다.

과연 파리의 심판 다운 센스였다.

나같은 아마추어도 한 표를 행사 해서 나오는 발걸음이 뿌듯해 했던 순간~



결과가 보이는가??

이날의 결과는 1976년의 재판다웠다.

나 역시 미국산에 한 표를 행사했지만 이렇게 선호도가 갈릴지 미쳐 몰랐다.

방문하기 전만 하더라도 '그래도 와인인데 당연히 프랑스산 아니겠어?' 라고 생각했던게 미안해질 정도로 말이다.

나중에 집에와서 찾아보니까 그 당시 일화에 관해 로버트 파커는 "파리 시음회는 캘리포니아나 호주, 뉴질랜드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문을 열어준 일대 사건 이었다. 기존 관념을 버리고 수확을 줄이며 잘 익은 포도를 수확한다면, 자연스러운 와인, 포도밭의 위대한 표현을 그대로 담아낸 와인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면, 세계적 수준의 와인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을 심어줬다."라고 평가했다고 한다.

청량음료와 같은 미국 와인을 폄하하던 프랑스에서 캘리포니아 와인이 1등을 했다는 것자체가 큰 이슈였고  그 후로 캘리포니아 와인의 시장이 커지기 시작하며, 신대륙의 와인 생산업자들도 자신감을 얻기 시작했다고 하니 그 날의 고마운(?) 결과로 인해 우리는 참 다양한 와인을 맛볼 수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이런 자리를 준비한 신라호텔도 참 좋았고 말이다. 이 날  집에 가면서 내가 되뇌였던 말이 '아 참 좋다.. 내년에도, 아니 그 이후에도 계속 열린다면 용돈을 아껴서라도 연인과, 후에는 아이하고도 함께 올 수 있게 매년 정기적인 행사로 열렸음 좋겠다' 였다. 2011년중  몇 안 될 기억에 남을 순간이었다.


Posted by 쿠쿠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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